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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 아름다운 로맨스 라라랜드 음악과 이야기

by 드라마 영화 세상 2025. 5. 12.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는 사랑과 꿈, 선택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뮤지컬 영화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만남과 이별,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씁쓸함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화려한 음악과 색감 속에 숨겨진 쓸쓸한 현실 인식, 라라랜드는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아프다.

찬란한 색채로 그린 '이상'과 '현실'의 충돌

라라랜드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황홀하게 만든다.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원 테이크 뮤지컬 신, 다채로운 원색의 의상, 흥겨운 음악. 영화는 한때 할리우드가 꿈꾸던 황금시대 뮤지컬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하지만 이 모든 찬란함은 사실 '이상'의 세계를 그려내기 위한 장치다.

 

세바스찬은 순수한 재즈를 사랑하지만 현실은 그를 타협하게 만들고, 미아 역시 배우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오디션에서는 매번 무시당한다. 영화는 이들의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다채로운 색채와 몽환적인 연출로 그려낸다. 별빛 아래서의 탭댄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무중력 왈츠 같은 장면들은 두 주인공이 '꿈꾸는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순간들은 늘 짧고 덧없다. 노을이 지고, 조명이 꺼지면 두 사람은 다시 냉혹한 현실 속으로 돌아온다. 이 대비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씁쓸한 진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나는 이 지점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우리 모두는 라라랜드 속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찰나의 찬란한 순간을 꿈꾸지만, 결국은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 서야 하는 법이다.

음악이 이끄는 감정선, 말보다 깊은 울림

라라랜드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때론 대사보다 더 깊고 섬세하게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한다. 대표적인 곡 “City of Stars”는 사랑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의 내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처음에는 세바스찬 혼자 부르며 꿈에 대한 기대를 노래하지만, 이후 미아와의 듀엣에서는 관계의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담아낸다.

 

특히 미아가 부르는 “Audition (The Fools Who Dream)”는 이 영화의 감정적 정점이다. 미아는 자신의 이모 이야기를 빌려 '꿈꾸는 사람들의 바보 같은 용기'를 노래한다. 그 가사는 단지 미아 개인의 서사를 넘어, 이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위로이자 자조다. 비록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삶을 빛나게 한다는 메시지. 이 장면을 볼 때 나 역시 왠지 모를 울컥함을 느꼈다. 어릴 적 품었던 꿈, 포기했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렇게 관객의 기억을 건드린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가 흐를 때마다, 그들이 함께했던 순간들과 그 감정들이 다시 살아난다. 라라랜드는 결국 음악을 통해 '추억'이라는 감정을 완성시키는 영화다.

선택과 이별, 그리고 아름다운 후회

라라랜드의 결말은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벗어난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서로의 꿈을 응원했지만, 그 꿈을 이루는 길 위에서 결국 헤어진다. 마지막 장면, 미아가 세바스찬의 재즈바에 들렀을 때 펼쳐지는 환상 시퀀스는 '만약 우리가 함께였다면'이라는 가정법의 판타지다. 그 장면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가슴 저리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각자의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이별이 필연적이었다. 라라랜드는 이런 '아름다운 후회'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인생 그 자체를 닮은 결말.

 

나는 이 마지막 시퀀스에서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로 어떤 사람과는 헤어지고, 어떤 꿈은 접어둔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 라라랜드는 그 사실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그러나 뼈아프게 보여준다.

 

결국 라라랜드는 꿈과 현실 사이, 사랑과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다.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들은 지나갔지만, 그 기억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으니까.